배다리 주민들이 뿔났다 "제멋대로 행정 멈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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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다리 주민들이 뿔났다 "제멋대로 행정 멈춰"
  • 강영희 시민기자
  • 승인 2017.02.15 17: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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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텃밭에 느닷없는 현수막 '경작금지'에 분노한 주민들



15일 오후 갑작스레 배다리 마을 텃밭 한 가운데 <경작금지>현수막이 꽂혔다.

이 곳은 산업도로 부지로 황무지화 되어있는 공간이었는데, 지난 2013년 배다리(금창동) 주민 수십여명이 도로나 건물, 구체적인 활용계획이 나오기 전까지 일부분을 주민들의 텃밭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서명운동을 하고 민원을 넣고 동사무소와 구청의 승인을 얻어 그해 6월부터 마을텃밭을 조성한 곳이다. 

그해 여름부터 주로 노령층의 주민들이 돌을 고르고, 거름을 하며 땅 힘을 키우는데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그리고 계절마다 다양한 작물을 키워냈고, 남은 공터에 구청에서는 유채, 코스모스, 해바라기 등 다양한 꽃들을 조성했다. 

그렇게 배다리 산업도로 부지에는 계절마다 피어나는 아름다운 꽃이 눈부시게 피고 지고, 텃밭에 농장물들 - 고추, 파, 마늘, 양파, 토마토, 콩, 부추, 시금치, 등등 적게는 세번 많게는 다섯번가량 다양한 작물이 재배됐다. 김장배추와 총각무, 대파와 쪽파를 거둔 늦은 가을부터는 봄농사를 위한 각고의 노력이 흙에 스미었다.

한약재 찌꺼기를 사다가 뿌리고, 은행잎을 모아서 뿌리고, 갖은 음식물 찌꺼기들은 쓰레기가 아니라 땅을 살리고, 흙을 살리는 밑거름으로 흙에 녹아든다. 그렇게 긴 겨울은 세 계절 농작물을 키우느라 힘이 빠진 땅에 기운을 북돋우는 시간이다.  





이날 주민이 마늘을 키우고 있는 밭에 현수막을 걸길래 다른 곳에 걸어달라고 했더니, 현수막 설치 업자는 주민의 의견에 따라 다른 곳에 설치하려고 했으나 구청 직원이 강행하자 하는 수 없이 밭 한가운데 설치했다고 말했다. 그리고 직원이 한 말은 " 가서 따져라!"였다.

그래서 작은 땅 한 평에 부추, 딸기, 고추, 방울 토마토를 키우던 필자에게도 연락이 왔다. 달려나가보니 밭 위에 떡하니 꽂혀있는 장대와 현수막. "무슨 일이예여?"





산업도로를 둘러싼 수많은 행정의 일방적인 활동에 이미 많이 단련이 되어 온 주민 십 수명이 곧 모여들었고, 동구청으로 가서 건설과와 구청장실에 가서 항의를 했다 .


(행정기관)관에서 결정했으니 따르라?
맘대로 행정 안돼!!


대통령도 잘못하면 탄핵되는 시대에 주민들과 이야기도 하지 않고 현수막을 박아버린 것에 대해 주민들은 많이 화가 났다.

구두 약속이었지만 도로가 나기전까지는 주민들의 마을텃밭을 인정하기로 했는데 갑자기 경작금지라니!! 무슨 일이 있나?

구청측은 "불법경작지니 경작을 금지하고 봄에 꽃씨를 뿌리겠다"는 말이었다. 아마도 지난 겨울부터 배다리 헌책방 거리가 드라마<도깨비>의 주요 촬영지로 알려지면서 관광객들에게 보기좋은 경관, 전시행정을 하려는 것이다.

지난 8일(수) 주민과 구청장이 만난 자리에서도 이 공간(산업도로 부지이자 마을텃밭)에 무엇을 하든 주민들과 논의하겠다던 약속을 1주일만에 어긴것에 주민들은 더 화가 났던 것이다.


자존심이 상했어. 말도 안하고 ...
주민들과 논의를 좀 하라고!!


얼마전까지 행정과 주민은 수직관계이자 갑을관계였다. 그동안의 행정기관은 습관화된 탁자행정으로 주민과의 논의없이 자신들의 결정을 실행하는 것이 당연했다. 그러나 깨어난 시민은 더이상 관의 일방적인 진행을 허용하지 않는다.

이제 행정기관은, 국가기관은 주권자인 국민의 깨어난 의식에 맞춰 성장해야 한다. 성숙한 공무원으로서, 국가 운영을 진행하되 국민인 시민, 주민의 의견을 수렴하고 설득해 진행해야 하는 시대인 것 ..

누구의 잘못이 아니라 이 나라를 함께 살아가기 위한  동반자로서의 노력이 더 필요한 시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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