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살바도르와 함께 배다리에 온 그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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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살바도르와 함께 배다리에 온 그녀
  • 강영희 시민기자
  • 승인 2017.02.07 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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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쓰는 동화구연가 조은숙씨와 함께하는 <엘살바도르 이야기>

엘살바도르 커피

새해 들어서며 손님은 없었지만 물처럼 마시는 통에 커피 원두가 얼마남지 않았다. 2월이면 곧 떨어질 것 같아 미리 원두를 골라보려 들어갔다. 다시, 커피를 사랑하게 만든 케냐, 그리고 오랜만에 킬리만자로... 그리고 남미꺼 하나 할까 둘러보는데 '엘살바도르'가 눈에 들어왔다. 중미 원두가 한참 수확시기라고도 하거니와 왠지 익숙했다. 어떤 맛과 향이 날까



@조은숙씨(51)는 동화구연가이며 낭송가, 연극배우이기도 하다. _ 사진@청산별곡


그는 어느날 그렇게 왔다. 커다란 눈망울에 우아하고 사랑스러운 목소리로, 재잘거리는 여고생 처럼 즐겁고 명랑하게 잘 웃었다. 작년 10월이었다.

배다리 개코막걸리 옆 '박의상실'에서 천을 이용한 자투리 천으로 이것저것 만들며 재봉틀을 익히는 작업을 하는 날이었다. 잠시 얼쩡거리다 사라졌다. 나비에게 들으니 배다리 사랑방에서 아이들과 동화구연 수업을 하기로 했고, 먼저 시작하는 재봉틀 바느질도 함께 하기로 했단다.



@배다리 사랑방에서 아이들과 동화구연 수업중인 조은숙씨_사진@청산별곡


이렇게 엄청난 에너지에 놀라운 능력이라니... 수업 때마다 이야기와 함께 어른들이 함께 해도 좋을 멋진 소품들을 함께 만들고, 이야기를 꾸며갔다. 즐거운 에너지를 피어오르게 만든다. 어른 만한 크기의 무, 청개구리 인형에 장갑인형까지... 어른이 보기에도 즐겁고 재미있는 소품들의 목소리가 되어 수 많은 동화속 이야기가 배다리 사랑방에서 꽃피웠다.



@조은숙씨는 지난 해 배다리 사랑방에서 아이들과 동화구연-스토리텔링 수업을 진행했다. _사진@청산별곡



@마지막 수업은 멋진 파티와 함께 마무리 되었다._사진@청산별곡


조은숙씨를 다시 만난 건 개코막걸리집에서였다. 배다리사랑방(이하 '사랑방') 수업을 마치고 함께 저녁식사를 하며 막거리 한 잔을 마셨다. 엘살바도르에서 2015년에 귀국했는데 신포동 '소극장 다락' 백재이님과 친구고, 그해 12월아벨 시다락방의 시낭송회에 참여하며 배다리에 들렀다고 했다.

다시 찾은 배다리에서 나비(청산별곡)를 만나 이야기를 나누다가 사랑방에서 아이들과 함께 동화구연을 하기로 했다는 것이며 엘살바도르에서 사업하는 남편과 8년여 살다가 아이들 입대 문제로 돌아오게 되었다는 이야기 등 이런 저런 삶의 이야기를 들었다. 현재 큰아들은 입대하고, 대학생인 작은아들과 부평에 거주하고 있다.

명랑하고 따뜻한 그녀도 좋았지만 '엘살바도르'에 꽂혔다. 어느 도시인 줄 만 알았던 그 이름의 주인공은 우리나라 경상도 크기의 중앙아메리가의 한 나라였다. 좀 헤깔렸는데 '산살바도르'는 이 나라의 수도였다.


커피 향을 즐기고 싶다면 엘살바도르를

과테말라, 온두라스, 니카라과, 코스타리카 등의 나라들로 둘러싸인 태평양 연안의 작은 나라 엘 살바도르. 나에게는 커피 원두의 고장으로 익숙한 나라들 사이에서 역시 커피를 생산하고 있다. 중미의 다른 나라들 처럼 갱들로 위험하고, 빈부 격차가 매우 크며, 우리나라에서는 여행자제 지역으로 되어 있기도 하다.


그녀와의 좋은 기억이 있기도 하고 우리나라 겨울이 주요 수확철이라고 해서 '2-3월의 커피'로 엘살바도르로 정했다. 커피의 향을 즐긴다면 엘 살바도르를 권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향이 좋은데 단맛,신맛, 쓴맛의 조화도 아주 훌륭하다는게 자주 가는 로스팅 하우스 사용자들의 평이다.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리게 된다.

엘살바도르의 전기가 안정적이지 못하다. 이 때문에 다른 지역에 비해 매우 영세하고 가족 중심적인 커피 재배방식을 가지고 있어 대규모 업체의 로스팅 원료 보다는 지역이나 협동조합 이름의 스페셜티 시장에서 활발히 유통 된다. 천혜의 자연 환경으로 과테말라 안티구아를 능가하는 스페셜티 커피가 생산되기 때문이다.



맹그로브 숲의 아이들

SNS에 그녀와의 인연이 떠올라 엘살바도르 커피 원두를 주문했다고 하니 전화가 왔다. 한국에 와 있는 엘살바도르 유학생과 엘살바도르의 간식꺼리를 만들어 팔며 그 나라 문화도 소개하고, 얼마 되지 않더라도 모은 돈으로 후원도 하고 싶다는 연락이었다. 오래전부터 그곳 아이들을 후원하는 일을 하고 있는데 둘러보라며 카페 주소도 보내왔다. http://cafe.daum.net/love.manuel? 돈이 될 만큼 팔리지는 않겠지만 관심있고, 지지하고, 지원하고 싶은 마음에 그녀를 만났다.

2008년, 신뢰있는 MBC였을 때 [W]라는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에서 <맹그로브 숲의 아이들>이 방송되고 어렵게 살아가는 이 아이들을 후원하고 싶다며 많은 한국사람들의 연락이 왔었다고한다. 그곳에서는 이 방송을 알 수없었는데 갑작스레 많은 후원이 이어졌고, 이들이 보낸 후원금을 바탕으로 지속적으로 도울 수 있는 활동으로 아이들 학교보내기 캠페인을 시작했다고 한다.

후원회원들이 체계적인 활동을 하면서 만든 카페의 이름이 그 다큐멘터리의 주인공이었던 마누엘의 이름이다. 동영상은 아쉽게도 MBC 게시판에도 유튜브에서도 잘 찾아보기 힘들다. 관련 내용들은 당시 PD가 정리한 내용이 남아있다. (=>http://blog.naver.com/mcluhan821/140054083488)

이후 EBS와 OBS도 엘살바도르의 맹그로브 숲의 아이들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만들었다.



@엘살바도르 아이들_사진' 카페<마누엘사랑>'에서


엘살바도르에서 한글을 가르치고
한국에서 엘살바도르를 후원하며


엘살바도르에서 사업을 하느라 떨어져 있던 남편과 헤어져 지내던 조은숙씨는 두 아들에게 아버지가 필요한 나이가 되었다는 판단이 든 어느 해에 한국생활을 정리해 이민을 떠났고, 아이들을 입학시키기 위해 찾아간 학교에서 바로 한국어 교사로 채용되었다고 한다.



@엘살바도르 한국어반 학생들 _ 사진제공.조은숙님


동화구연가로, 낭송가로, 연극배우로 활동하던 그녀는 많은 것을 포기하고 그 곳으로 갔지만 그곳 아이들에게 한글을 가르치며 '한국사람처럼 표현할 수 있는 한국 말하기.'라는 목표를 두고 가르치며 한국에 두고 간 각종 교구과 교재-인형극이며 동화구연을 위한 다양한 책과 인형 등-를 컨테이너로 가져가서 다시 그곳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아이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며 지냈다고 한다.



@지난 2015년 5월, 조은숙씨는 엘살바도르 국립대학교에서 "외국인이 들려주는 한국전래동화구연대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_사진제공 조은숙님


아이들의 입대 문제로 8년 만에 다시 돌아온 그녀는 컨테이너 가득 채워간 교구, 교재, 한복 등을 그곳에 모두 두고 왔는데 현지의 외국인 학생들이 여전히 잘 쓰고 있어 마음에 좋다고 한다. 다시 돌아온 한국에서 다양한 활동을 하며 여전히 그곳에 있는 사람들과 소통하며 마음을 쓰고 있다.


" 사람이 온다는 건
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한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



약속이 취소됐는데 2월의 커피와 함께할 엘살바도르 파티를 이야기 할 겸 까페갤러리 한점으로 오신다길래 인터뷰를 요청했다. 그리고 늦은 밤까지 긴 이야기를 나눴다. 군산에서의 삶, 결혼이야기, 시인이 된 이야기, 동화구연을 하게 된 사연, 연극을 하게 된 인연, 그리고 엘살바도르에 가서 살다가 오게 된 사연까지 ...

인터넷이며 sns를 통해 많은 이들과 스쳐지나지만 이렇게 일생을 나눌 수 있는 인연은 흔치 않은 거 같다. 파란만장한 그녀의 삶의 이야기를 들으며 오랜만에 저 시를 찾아봤다. 그녀는 중미의 작은 나라 엘살바도르를 끌고 동인천으로, 배다리로, 한점으로 들어왔다.

그녀와 함께 하는 배다리는 어떤 모습이 될 지 궁금해진다. 봄이면 배다리에서 다시 동화구연강좌가 시작될꺼고, 이제 시작하는 연극이 여름이 오기전에 상영을 하게 될꺼라 했다. 카페에서 2월의 커피를 엘살바도르로 정한 덕에 낯설지만 아름다운 나라의 이야기를 듣게 된다. 곧 도착하게 될 커피처럼 궁금하고 설레는 2월의 시작이다.



@2017년 4월경 부터 동화구연과 관련한 강좌가 배다리에서 계속 진행될 예정이다.


*뿌뿌사와 함께하는 엘살바도르 이야기는 2월 18일 토요일, 배다리 갤러리카페 한점에서 함께 합니다. (문의 010-7389-0857 / 인천 동구 창영동 15-7 1층 '갤러리카페 한점으로부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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