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친구가 함께 만든 <흙길>도예공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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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친구가 함께 만든 <흙길>도예공방
  • 강영희 시민기자
  • 승인 2017.01.11 15: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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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다리에 젊은 문화예술인들을 위한 작업공간을 만드는게 꿈이예요~"

지난 가을, 배다리 우신양복점 옆에 <이모네 주먹밥>건물이 팔렸다. 그 자리에 누가 들어오나 궁금했다. 폐기물 자루가 쌓였다 사라져갈 즈음 인사를 나눌 수 있었다. 

남구 용현동 신창아파트 상가에서 도자공방 <흙이야기>을 운영하던 장권(41)씨는 100여만 원에 달하는 월세에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해 답답한 중 오랜만에 어린 시절 살았던 창영동과 배다리를 오게 되었다고 했다. 혹시나 하며 둘러보다가 딱 하나 열려있던 부동산에서 이 건물이 매물로 나와있다는 걸 알았고, 여러가지로 운이 좋아 시세보다 저렴하게 이 건물을 사게 되었다.

<이모네 주먹밥>은 창영초등학교 입구 쪽으로 이사 가서 큰 비용을 들여 정화조를 설치하고 정식 영업을 시작했고, 주먹밥집 건물은 재주 많은 새 주인장이 이런저런 문제를 해결해가며 손수 공사를 하고 50여일 만인 지난 12월 14일 문을 열었다.



배다리 <이모네주먹밥>위치에 자리 잡은 도예공방 <흙길>전경. @2017_1_5


우린 동업자!!

 
@ 2016년 12월 14일 50여일의 공사를 끝내고 공간을 정리하고 개업식을 한다고 해서 케잌을 준비해갔다. 


"남자선생님은요..", "여자선생님은.."  둘은 서로를 그렇게 불렀다. 커플 같지는 않았지만 다들 둘 관계가 궁금한 눈치였다. 이웃해있는 내가 들은 호칭은 누구누구가 아니라 서로 남자선생님, 여자선생님. "왜 그렇게 부르냐?" 물으니 동갑에 동창이라 편하게 이름을 부를 수도 있지만 주로 도자기 강좌을 통해서 공간을 운영하는데 수업 분위기를 위해 그렇게 부른다고 했다. 공과 사를 명확히 해주는게 좋다는 생각이었다고 한다. 


- 남녀가 같이 공간을 운영한다는 게 쉽지 않았을 텐데 어떻게 가능했을까?

이 여자 이야기


@한유선(만41세)씨는 한쌤 또는 여자선생님으로 불린다.


'여자선생님'으로 불리는 한유선(만41세)씨는 "문학동에 사는데 갑갑한 마음에 뭐라도 배워볼까 싶어 돌아다니다가 용현동 아파트 상가에 있던 도예공방에 우연히 들렀는데 옛 창영초에서 알고 지내던 친구가 거기서 공방을 운영하고 있는 거예요." 라며 이야기를 이어갔다. 

건축 설계사인 아버지가 집에서 쓰는 가구를 만드는 것을 봐왔고 건축 도면도 보면서 자란 어린 시절, 그 영향이 있었는지 스스로도 뭔가 쪼물락거리며 만드는 걸 잘 하기도 하고 좋아했다고 한다. 집에 있는 비누며 학교에서 남은 분필 조각에 이것저것 조각을 하고, 동판화며 이런저런 조각이며 만드는 걸 꽤 잘 해냈다고 한다. 

좋아하는 걸 계속하고 싶어 홍익대 조소과를 가려고 했는데 '예술가는 굶는다.'는 생각을 갖고 계신 부모님의 반대가 극심해서 결국 포기하고 환경공학과를 나와 직장을 쉽게 구하긴 했지만 비위가 약하고 체력이 약한 탓에 현장 근무를 잘 버티지 못해 한 달 만에 퇴사했다. 다시 다른 직장에 들어가 돈 벌고,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다시 회사를 다니려고 했는데 회사는 나가라고 해서 결국 그만두게 되었단다. 

하지만 가만히 있지 못하는 성격에 부동산이며 경매도 공부하고, 해외배송업도 공부하고 이것저것 검색도 하며 지냈는데 아이들의 여러 가지 숙제를 같이하며 재미있고 즐거웠고, 다시 뭔가 손으로 만드는 것을 배워보려던 중이었다고 한다. 우연히 찾아갔던 도자기 공방에서 다시 만난 옛 친구와 의기투합으로 3년째 공동으로 운영하고 있다고 했다.  

몸이 약해서 힘이 많이 필요한 일은 잘 하지 못하지만 천천히 꼼꼼히 다양한 부분에서 필요한 지혜와 지식을 활용하는 능력이 탁월해 여러 가지로 운영이 어려웠던 공방을 탄탄하게 해 나갈 수 있게 도와줘서 쥔장이자 공동 운영자인 남자선생님이 공방의 반을 떼어줘도 아깝지 않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 남자 이야기


@장권(만 41세), 공방주인장이자 남자선생님으로 불린다.


- 어떻게 도예공방를 하게 됐어요?

남자선생님으로 불리는 장권(만 41세)씨는 6년 전 에어돔 제조 관련 일을 하다가 사고를 당해 쉬던 중 치료와힐링을 위해 도자기 공방을 찾아갔고, 수업을 하던 중 그 도자공방 원장이 공방을 그만둔다는 말에 덥석 자신이 하겠노라고 계약을 했단다. 

도자기를 접해본 것은 처음이었는데 흙을 만지며 좋았던 모양이다. 그리고 누구나 만드는 접시나 컵이 아니라 자신만의 손짓을 이것저것 만들었고, 공방원장이 그의 재주를 알아본 것, 이에 겁도 없이 공방을 인수하기로 하고 밤낮없이 흙을 만지며 배웠고, 참 좋았다고 한다.

독학으로 도자기를 공부하며 실생활에 쓰임이 많은 작품을 위주로 작업 및 수업 방식을 결정했는데 일반인들이 쉽고 편하게 받아들여 입소문이 많이 났고, 아이들도 좋아해 즐거웠다고 한다. 여름같은 비수기에도 공방 운영비 마련을 위해 다육이도 판매하며 공방을 운영해 왔다고 했다. 

3년 정도 운영했을 때 힘이 많이 빠져서 그만 두려던 차에 장애를 가진 아이 몇 명과 흙 수업을 했는데 이들이 흙을 만지며 여러 가지로 많이 건강해지고 좋아져서 그 보람으로 오히려 자신의 슬럼프를 극복하게 되었다고 한다. "흙을 만지고 도자기를 빚고, 굽고 하면서 .. 그냥 좋더라구요 .. 다.."





- 거의 혼자서 공방 인테리어를 다 한 거 같은데... 
 
초등학교 때부터 신문배달이며 우유배달을 했는데 혼자되신 어머니께서 두 누나와 본인을 돌보는게 어려운 상황이어서 중학교 진학도 어려운 상황이었다고 한다. 겨우 중학교에 진학했으나 어머니가 경제적으로 많이 힘들어하는 것을 보며 마을의 대학생 형들의 도움으로 나이를 속여 공사판 일용직 일을 열심히 했는데 이때 잔업까지 해가며 번 돈 3백만 원을 어머니께 갖다 드리고 학교를 계속 다니게 됐고, 그 후로도 틈틈이 뷔페 서빙이며 한 일들을 했고, 갖가지 알바를 하며 돈을 벌었다고 한다.

공부에 관심없는 친구들과 어울려 지내다보니 일반적인 고등학교는 가기 어려웠고 친구들이 간다고 해서 따라 같 학교가 해양고였는데 공부보다 친구들과 어울려 지내며 놀았다고 한다. 어느날 어머니가 학교에 불려오셔서 무릎 꿇고 울며 용서를 비는 모습을 보며 고등학교는 졸업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더란다. 그렇게 해양고를 다니며 자격증을 따서 배도 타고, 양식업장에서 일도 하고, 나중엔 에어돔 전문 기술들까지 익히게 되었고 다양한 경험들이 이번 공방인테리어를 하는데 도움이 된거 같다.


-공방운영이 쉽진 않을 텐데 .. 건물까지 사고

즐겁고 좋은데 돈이 안될 때가 있어서 시작 한 일이 다육이 판매와 부동산 경매 등이다. 만 3년 전쯤 지금의 동료를 만나 여러 지로 일을 배우기도 하고, 운도 따라서 돈을 좀 벌었고 이것을 좋아하는 도예공방 운영비에 보태고 있다고 한다. 

이 건물은 전 주인 되시는 분이 젊은 사람들이 열심히 산다는 인상을 받으셨는지 많은 배려를 해주어서 저렴하게 구입했고, 직접 인테리어를 해서 시간은 좀 걸렸지만 거의 절반도 안 되는 비용으로 그럴듯한 모습을 갖데 되었다고 한다. 


-배다리에 들어와서 꿈이 있다면 .. 

"건물을 하나 지어서 우리들의 작업실 뿐 아니라 문화예술을 하는 젊은이들을 지원하고 싶다. "

좋아하는 일을 계속하고자 부동산 경매며 다육이 판매며 이것저것 하고 있지만 누구나 그렇게 할 수 없는 것, 공방을 하면서 공간이 좁은 탓에 도자기를 굽는 가마를 놓지 못해 여러 가지로 설움도 격고 어려웠다. 작업 공간 때문에 하고 싶은 작업을 못하는 젊은 예술가들에게 공간을 지원하고 함께 공부하고 성장하는 꿈을 꾼다. 그런 발판이 되는 공간을 마련하고 싶다고 한다.

좁은 작업공간과 작업시설이 없어서 여러모로 고생했던 개인적 경험, 그리고 주변에서 역시 그런 이유로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하지 못하는 이들을 지원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 모양이다. 

누군가와 함께 살아가는 꿈을 꾸는 두 동창생의 의기투합에는 무엇인가 만드는 것을 즐기는 성향이 잘 맞은 것도 있지만 어렵고 힘든 이들에게 도움이 되고자 하는 마음과 스스로 부족함을 느끼고 다른 이의 협력(도움)을 귀하게 여기는 마음이 잘 만나져서 가능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개인의 영달을 위해 다른 사람, 심지어 국민의 희생과 고통을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는 기업인들이나 관료와 정치인들 덕에 마음이 답답하고 힘든 요즘 함께 살아가는,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고자 성실히 일하는 초보 중년 두 사람의 모습에 가슴이 뜨끈해왔다.


아름다운 변화의 시간을 바라며

여러 상황들로 배다리를 떠났던 이들,  6-70대 부터 40-50대, 부모를 따라 떠났던 10대까지 다양한 세대들이 적잖이 창영초, 영화초, 영화여고 등을 들러보고 헌책방을 들러간다. 때때로 그들의 이야기를 전해 듣는다.

어떤 이들은 많이 변했다고 하고 어떤 이들은 많이 변하지 않았다고 한다.  어떤 이들인 옛날이 좋았다고도 하고 어떤 이들은 끔찍했다고도 한다. 어떤 이들은 더 발전했으면 좋겠다고 하고 어떤 이들은 더이상 변하지 않아으면 좋겠다고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간은 흐르고 원하던 원하지 않던 변화는 막을 수 없다. 다만 그것이 누군가의 희생이거나 누군가의 영달을 위한 도구가 되기보다는 서로 서로 위해주면 함께 살아가는 건강한 공동체의 모습이길 바란다. 그런 꿈을 가진 이들이 하나씩 자리를 채워가길 바란다.

흙길 친구들의 마음처럼 그랬으면 좋겠다.



@도자수업 외에도 다양한 다육이도 판매한다. 따뜻한 날이면 더 다양하고 많은 다육이들이 흙길을 채우리라 한다.


두 친구의 꿈을 응원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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