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부평미군기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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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부평미군기지다
  • 장정구
  • 승인 2016.09.01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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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칼럼] 장정구 / 인천녹색연합 정책위원장



2012년 10월, 또 하나의 인천 진산 문학산을 찾았다. 인천 살면서 계양산과 원적산, 가현산 등 한남정맥의 산들은 자주 다녔지만 오롯이 문학산을 둘러본 것은 처음이었다. 아직 여물지는 않았지만 황해로부터의 해풍에 팥배나무 열매가 빨갛게 익어가고 있었다. 인천대교, 영종도와 송도신도시 등 인천앞바다를 조망하기에는 안성맞춤이었다. 옥골(연수구 옥련동)로 내려오던 필자는 송도역 인근 수인선 공사현장에 이르러 코를 찌르는 석유냄새를 맡았다. 순간 과거 문학산 유류오염 이야기를 들었던 기억이 떠올랐다. 그 후 수인선 지하구간 공사는 1년 넘게 중단되었다.

이제 문학산 유류오염이 정화된다. 미군으로부터 유류저장시설을 반환받은 지 48년만이다. 그동안 송도역, 옥련사격장, 수인선, 옥골도시개발예정지 등에 대한 부분적인 조사와 정화가 있었지만 이번엔 환경부가 직접 나서 광범위하게 정밀조사를 진행했고 전액 국비로 정화한다. 오염현장고발과 기자회견, 릴레이 1인시위와 손해배상소송, 민관협의체구성과 수십 차례 대책회의 자문회의 등. 2000년 처음 문제제기한 후 정화까지 16년이나 걸렸다. 이렇게 오랜 시간이 걸린 데에는 꾸준하게 문학산 오염문제를 챙기지 못한 인천녹색연합도 책임이 있다. 그러나 문학산 오염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않은 지자체의 책임 또한 적지 않다.
 
그 중 2014인천아시아경기대회 때 사용한 옥련사격장을 짚고 넘어가야 한다. 이곳은 아시아경기대회 전에도 오랫동안 사격장이었고 2006년 이미 토양오염(중금속) 정화작업이 이루어진 곳이다. 관련 자료의 정보공개를 청구했으나 인천시는 통보기한이 지나 연수구로 이관했다. 그 자료는 분명 인천시가 보관하고 있는 자료였다. 단순 행정착오라며 간곡하게 이야기하여 취하하기는 했지만 손해배상소송까지 진행해야 했었다. 2013년 아시아경기대회 준비를 위한 사격장 공사현장에서도 유류오염 징후가 언론에 보도되었으나 인천시는 기준치를 넘지 않았다며 공사를 강행했다. 문제제기한 필자는 아시아경기대회 일정에 차질이 빚어지면 책임질 것이냐는 말까지 들어야 했다. 환경부 조사결과 옥련사격장도 오염정화를 해야 한다.
 
문학산의 유류오염은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이번 조사가 광범위하게 진행되었으나 오염을 100% 확인했다고 장담할 순 없다. 산지는 장비 진입이 어려워 조사가 쉽지 않았고 이미 건물이 들어선 자리는 조사할 수 없었다. 땅 속 15미터 깊이까지 오염이 확인되었고 암반 사이로 유류가 흘러들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지하수가 문제다. 발암물질인 벤젠 이 기준치의 100배가 넘고 지하관정에선 여전히 기름띠가 보인다. 지하수 이동에 따라 오염이 확산되거나 추가 오염이 확인될 가능성이 얼마든지 남아 있다. 오염정화뿐 아니라 문학산 주변에 대한 지속적인 오염관리가 필요한 이유다.
 
문학산의 유류오염은 냄새는 많이 나는데 상대적으로 오염수치는 높지 않았다. 이번 환경부의 정밀조사에서도 그 이유를 명쾌하게 밝히지 못했다. 유류의 자연 정화와 자연 상태에서 어떤 물질로 전환되는지 등등 관련한 연구가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 전국적으로 1만2천개소가 넘는 주유소가 있다. 크고 작은 유류에 의한 토양지하수 오염문제는 지금도 발생하고 앞으로도 발생할 것이다. 문학산은 우리나라 최초의 대규모 유류저장시설이 있던 곳이다. 문학산은 40년 전 시설에 의한 오염에 대해 국가가 조사하고 오염정화하는 첫 사례다. 이왕이면 문학산이 더욱 의미 있는 역할을 하면 좋을 둣 싶다. 법적으로 오염정화라는 하는 것은 오염물질을 100% 제거하는 것이 아니라 농도를 기준 이하로 낮추는 것이다. 다양한 정화방법이 시행되는 만큼 학계의 유류오염 연구지로 문학산을 활용하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다.
 
이제는 부평미군기지다. 반환을 앞두고 기지내부에 대한 한미환경공동평가와 위해성평가가 진행 중이라는 소식이다. 부평미군기지 내 DRMO의 토양오염 심각성은 이미 잘 알려져 사실이다. 과거 미군 자료에서도 유류는 물론 다이옥신 전구물질인 PCBs, 발암물질 석면, 미나마타병을 유발시키는 수은 등의 오염 사실이 확인된다. 문제는 누가 정화하느냐다. 50년 전 반환된 문학산은 오염원인자인 미군에게 책임을 묻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부평미군기지는 다르다. 오염물질들이 치명적이고 지금까지 반세기동안 미군만 사용했다. 불평등협약인 SOFA(한미주둔군지위협정)를 그대로 적용하더라도 부평미군기지는 오염원인자인 미군이 정화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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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재호 2016-09-02 10:34:41
용마루부지도 벤젠나오고 날리네요~ 예전 미군부대자리인데 아무것도 모르는
주민들 부러 3억줘서 정화작업하라네요~ 이런 엿같은경우는 한국뿐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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