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군거리는 청년들] ② 슬픈 청년 실업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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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군거리는 청년들] ② 슬픈 청년 실업률
  • 이재은 기자
  • 승인 2015.02.13 18: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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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 밖 ‘청춘’ 청년들은 빈곤하다

 

한국의 청년들은 특정한 개인이나 집단이 시민으로서 누려야할 권리에서 배제된 채 권리를 행사할 기회를 박탈당하고 있다. 청년들의 사회적 배제는 실업률에서 가장 크게 부각된다.

지난해 12월, 9%까지 오른 실업률이 두 달 연속 상승하며 7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1월 8.7%에 비해 0.5%포인트 상승한 9.2%다.


통계청이 발표한 ‘2015년 1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 8%를 전후해 안정세를 보였던 청년(15~29세) 실업률이 다시 치솟았다. 1월 청년 실업자는 39만5천여명으로 지난해 12월보다 1만4천여명, 작년 1월에 비해서는 2만3천여명 늘었다. 전 연령층의 체감실업률도 12% 가까이로 올라갔다. 전체 실업자 수는 98만8000여명으로 지난해 4월 103만명을 기록한 뒤 9개월 만에 가장 많았다.

얼마 전 한 언론은, ‘신입사원으로 입사를 꿈꾸는 구직자 2명 가운데 1명은 채무자’라고 보도했다.

취업포털 사람인이 구직자 891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46.8%가 빚이 있다고 답했고, 이들의 평균 부채는 2천769만원이다.

빚을 지게 된 이유는 ‘등록금 등 학비’(32.4%)가 1위를 차지했다. 이어 ‘전/월세 등 주거관련비’(19.2%), ‘식비/차비 등 생활비’(17.5%), ‘차량구입비’ (9.1%), ‘개인 용돈’(2.6%) 순이었다. 이들이 빚을 모두 갚는 데 평균 5년 6개월이 걸릴 것으로 구직자들은 예상했으나 현실은 암담하기만 하다.

‘열정 페이’라는 말을 들어보셨는지.

일부 기업이 교육을 명분으로 기본 근로조건도 보장하지 않고 청년들의 노동력을 착취하는 걸 일컬어 ‘열정 페이’라고 한다. 하지만 업무를 배우는 교육이라기보다 노동에 가까워 ‘과도기 노동’이라는 비판도 만만치 않다.

지난달 28일 청년유니온과 장하나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주최한 ‘청년 과도기 노동 당사자 증언대회’가 국회에서 열렸다. 이 자리에서 김민수 청년유니온 대표는 “교육에서 안정적 근로로 넘어가는 과도기에 인턴과 수습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는 중간단계 노동이 차지하는 비중이 너무 커졌다”며 “실질적으로 노동자의 성격이 강한 만큼 ‘과도기 노동자’들에 대한 근로조건 보호장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현행법상 시용과 수습직원은 근로기준법의 보호를 받지만, 인턴 교육훈련생 산업훈련생 등은 근로자로 인정되지 않아 최저임금 적용 등 각종 노동법의 보호를 받을 수 없다. 인턴의 외피를 쓰고 수습처럼 근무시킨다는 점이 사회적 문제로 지적된다.

그런가하면 ‘귀족 노조’의 고용세습이 청년의 일자리를 빼앗는다는 분석도 있다.

청년실업이 심각한 상황에서 해당 기업 근로자의 자녀나 가족을 우선 채용하는 ‘귀족노조’의 고용세습이 공정한 경쟁을 통한 청년취업을 가로막는 ‘현대판 음서제’라는 것이다.

고용노동부가 한국노동연구원에 용역 의뢰해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조사 대상 727개 단체협약 가운데 공기업 120여곳을 제외한 600여개 단협 중 29%(180여개)가 직원 가족의 채용 특혜를 보장한다. 고용세습은 대부분 임금, 단체협상 과정에서 노동조합의 요구를 회사가 수용하는 방식으로 단협에 포함된다.

근로자가 산재를 당해 가족 생계가 위협받는 경우 자녀 한 명의 취업을 보장하는 방식 등 상식적인 선에서 용인할 만한 부분도 있지만, 정년퇴직이나 업무 외 부상, 질병 퇴직자 가족까지 채용을 보장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일본도 오랜 경기 불황으로 청년들이 큰 타격을 받았다. 1990년에 3.1%였던 청년실업률이 2008년에는 9.1%까지 치솟고, 일본 국세청 발표에 따르면 30~34세까지의 평균 연봉이 1997년 449만 엔(약 4,200만 원)에서 2010년에는 384만 엔(약 3,600만 원)으로 떨어졌다고 한다. 일본 기업들이 정규직 채용을 기피하고 단기 계약직 고용을 늘린 탓에 청년 임금이 하락한 것이다.

최근 일본의 청년들은 ‘사토리 세대’로 불린다. 득도(得道)한 것처럼 욕망을 억제하며 살아가는 젊은 세대를 일컫는 말이다. 절망의 나라에서 살아남기 위해, 스스로를 괴롭히는 ‘희망고문’을 그만두고 체념의 현실을 받아들이기로 한 것이다. 돈이 없어서 이성을 만나지 않고, 시간제 계약직을 전전한다.

청년 취업자 5명 중 1명은 1년 이하의 단기 계약직으로 시작한다는 결과도 있다. 비정규직으로 시작한 근로자 가운데 정규직 전환 비율은 11%에 불과하다. 정부가 ‘기업하기 좋은 나라’에 골몰하는 동안 청년들은 소외되어 실업과 빈곤의 동굴로 떨어지고 있는 것이다.

청년들은 대부분 안정된 정규직을 원하지만, 취업 자체가 어려워 일자리의 질을 따지기가 힘들다. 불안정한 일자리가 늘면서 청년층의 평균 근속기간은 줄어들고 이직은 늘어나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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