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in인천] 삶은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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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in인천] 삶은 여행
  • 이재은 기자
  • 승인 2015.01.15 20: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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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춘기의 ‘떨림’-첫 번째

▲ 2014. 9. 10./월미도

 

S에게

공항철도 안이야. 창밖 공장 굴뚝에서 연기가 나네. 나리타 발 비행기는 조금 늦는대. 이제 막 쿠알라룸푸르행이 떠났어. 이어폰으로 흐르는 음악은 김동률의 출발. 크리스마스 송이 있는 것처럼, 생일축하 송이 있는 것처럼 낯섦을 지지하는 노래도 의미가 있지. 자기 키만 한 배낭을 메고, 그것도 혼자, 이렇게 떠나야겠느냐며 언니는 슬픈 표정을 지었지만 키가 작은 건 내 탓이 아니잖아. 형부 몰래 바꾼 소액 달러를 편지봉투에 담아 주더라. 발밑에 벗어놓은 허울 좋은 허물. 줄인다고 줄였는데 으쌰- 보듬고 가는 마음이 꽤 무거워. 손톱깎이와 호루라기, 그림노트 한 권과 손수건, 양말을 넣었어. 수면양말 없으면 못 자는 거 알잖아. 구멍 난 양말을, 너는 검은 실로 몇 번이나 꿰매 주었었지. 잘 지내? 아직도 핫초코를 좋아하니?

 

사진 홍춘기(아마추어 사진가) 글 이재은

* 매주 금요일 <사진in인천> 연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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