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문화재점검] ② 여선교사 합숙소 주변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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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문화재점검] ② 여선교사 합숙소 주변공사
  • 이재은 기자
  • 승인 2014.06.21 22: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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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 주변 현상변경 제도의 문제점 드러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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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사 중인 여선교사 합숙소 건물 주변 모습(2014. 6. 10. 촬영) ⓒ 민운기 제공
 

동구 창영동(배다리 일대) 창영감리교회 근처에 있는 여선교사 합숙소, 정식 명칭은 '인천기독교사회복지관'이다.

최초 건립연대는 1905년으로 준공 당시 여선교사들의 숙소로 사용하던 것이 1949년 선교사 헬렌 보이스 여사에 의해 사회관으로 창설돼 복지시설로 이용됐다. 1993년 7월 시 지정 유형문화재 18호로 등록됐으며 2003년 창영교회에서 사회복지관을 인수했다. 이후 창영교회가 유지 및 관리하고 있다.

문화재로 지정된 기독교사회복지관(여선교사 합숙소)은 창영교회에 허가를 받은 뒤 내부관람이 가능했지만 지금은 출입이 불가하다. 복지관을 재정비하고, 근처에 교육관을 짓는 공사가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복지관 정비는 총 3단계로 2013년부터 2015년까지 계획돼 있다. 1단계(2013년)에서는 단열재 설치, 지붕공사 등을 했고 올해는 출입문 설치, 벽돌교체, 줄눈 보수 등을 작업한다. 내년(3단계)에는 벽지, 전기 공사 등을 할 예정이다.

 

유형문화재 옆 건물 신축,
"문화재위원회의 심의를 모두 거쳤다."

인천기독교사회복지관은 2012년 11월부터 지난해 3월까지의 조사를 바탕으로 4월, ‘기록화조사보고서’를 발간했다. 조사는 김용하, 손장원 인천시문화재위원 외 동구청 관계자 6명이 함께 했고 문헌조사와 현장조사 등을 겸했다.

인천기독교사회복지관 관리자인 창영교회는 2011년 6월 7일 주변 개발계획을 수립해 문화재현상변경 허가를 득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건축은 서측 게이트볼장 부지에 지하2층, 지상3층 규모의 교육관 및 목자관을 증축하는 주 계획안과 1층 지상주차장, 기존 창영사회복지관 옥상을 활용한 휴게공간, 조경 등을 꾸미는 주변경관 계획안이 포함된다. 복지관 1, 2층은 역사관 및 기념관으로 사용 예정이다.

이와 관련, 인천시 문화재과 임채경 실무관은 “복지관 증축은 문화재위원회에서 2011년에 통과된 내용이다”라며 “문제가 있었다면 통과되지 않았을 것이다. 요구사항이나 개선사항을 수정 검토한 후에 심의가 난 것”이라고 말했다. 또 “문화재위원회는 분과별로 열리는데 ‘문화재 현상변경’은 1분과에서 맡고 있다. 10명의 위원으로 구성돼 있으며 위원들은 2년에 한 번씩 위촉된다. 그 당시 담당을 맡고 있지 않았기 때문에 자세한 심의과정은 알 수 없으나 기독교복지관은 정식으로 기록화사업이 끝난 사항이다”고 덧붙였다.

동구청 건축과 박사록 건축팀장도 “문화재위원회 심의 후 지난 2012년 2월 7일 건축 허가가 났다. 문화재에 미치는 영향이라든지 층수를 높이지 않는 등 주변과의 조화는 심의위원회에서 결정하는 일이다. 동구청은 심의결과를 토대로 허가를 내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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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사 이전의 인천기독교사회복지관( 동구 창영동 42-3번지, 2013. 4. 27. 촬영)
정면 가로 너비 18.5m, 지붕을 제외한 처마까지의 높이 7.215m, 지붕까지의 최고 높이 13.060m다. 
ⓒ 김태성 제공

 

100년 된 은행나무 사라지고 경관 훼손 논란 일어
‘큰나무’ 지정 은행나무, 60% 고사해 제거

김경욱 창영교회 장로가 교회 홈페이지에 올린 글을 보면 이번 증축은 교회의 확장이 아닌 ‘문화재와 어우러져 평온한 휴식공간을 창출해내는 것’이다. 김 장로는 창영교회가 문화재 보호구역에 속해 있기 때문에 “필요한 경우 문화재 주변의 일정구역을 설정하여 문화재를 물리적, 환경적, 경관적으로 보호할 필요가 있는 정의에 근거하여” 건축허가를 받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환경과 경관 차원에서 보호해야 마땅한, 사회복지관 북측에 있던 100년 된 은행나무가 뽑힌 것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인천기독교사회복지관이 작성한 ‘기록화조사보고서’에도 은행나무를 이전하지 않고 그대로 보호하는 방향으로 증축계획을 변경할 예정이라고 적혀있다. 하지만 은행나무는 사라졌고 문화재 주변이 훼손되는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창영교회 황인각 목사는 “문화재위원회 심의를 받고 진행하는 것이다. 그분들 눈높이에 맞춰 허가를 받느라고 시간이 오래 걸렸다”며 “문화재 보호를 위해 축대도 2중, 3중으로 세웠다”고 했다. 황 목사는 적법한 절차를 거쳐서 진행하는데도 마치 나쁜 일을 저지르는 것처럼 보는 몇몇 분들의 시선에 불편한 심기를 내비쳤다.

100년 된 은행나무에 관해서는 “나뭇가지들이 많이 썩은 상태였다. 바람이 불면 쉽게 부러져 지나가는 사람들이 다칠 위험도 있었다. 동구청에서도 나무를 살릴 가능성이 없다는 것을 확인한 바 있다”고 설명했다. 또 “벚꽃나무는 공사 차량이 들어올 수 없어서 부득이하게 벤 것”이라고 알렸다.

동구청 도시경관과 공원녹지팀 이인성 실무관은 100년 된 은행나무가 ‘큰나무’로 지정돼 2006년 6월에 등록됐다고 했다. 큰나무는 수령이 오래된 나무를 구에서 지정하는 것이지만 관리와 책임은 소유자에게 있다.

이 실무관은 “부분 가지가 낙하해 위험사고가 염려된다는 말에 지난해 9월 현장을 방문했더니 60% 이상이 고사된 상태였다”며 “나무를 벨 것인지 말 것인지는 수목 소유자가 결정할 문제다. 살리는 방법을 고민했지만 좀 힘들지 않나 하는 판단이 들었다”고 밝혔다.

이어 “‘큰나무’ 지정 해지 요청이 들어온 것은 없다. 원래 나무를 자른 뒤에 구청에 통보하면 해지가 된다. (기자가 지금 그 나무는 없다고 했더니) 조만간 현장을 확인하겠다. 나무가 없으면 자동해지가 되는 거다”고 덧붙였다.

 

공사가 진행되자 SNS에서 우려의 목소리
"문화재와 어루어진 역사적 기억과 아우라 사라져"

여선교사 합숙소 인근에 땅을 파고 지하 2층, 지상 3층 규모의 철골 구조물을 세우는 것이 알려지면서 SNS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많았다. 네티즌들은 ‘그들(교회)만의 공간이 되는 것 아니냐’, ‘역사적인 공간은 공공의 장소로 공유할 수 있도록 해야 하는데 사유재산화 되어가는 것 같다’는 의견들을 내비쳤다.

또 ‘‘어우러진다’는 것은 교회의 관점일 뿐, 문화재 관점에서 보면 침해당한 것’, ‘교회 재산이라지만 풍광을 다 가리는 것은 좀 아닌 것 같다’는 목소리도 있었다.

민운기 스페이스빔 대표는 페이스북에 “문화재 건물 주변을 이렇게까지 파헤치는 건 문제가 있는 것 같다”면서 “건물만 남고 주변과의 관계와 구조, 배치, 이에 따른 공간적 미학과 여기에 얽힌 수 많은 이야기들은 돌이킬 수 없이 모두 파괴되고 사라져버렸다. 문화재보호법상 문화재 건물 자체만 보호해야 하고, 이와 연관된(역사를 함께 한) 주변의 공간은 이렇게 파헤쳐도 되는 것인지 모르겠다”는 글을 남기며 안타까움을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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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영교회 비전센터’ 전체 조감도
우측 하단 파란색 지붕이 기독교사회복지관이고 상단의 3층 건물이 신축 중인 비전센터다.
 

복지관 증축 조사에 문화재위원으로 참여한 손장원 재능대 교수는 심의 결과에 대해 “답변하기 곤란하다”면서 “심의 과정에서 개인적인 의견을 피력한 부분은 있지만 어쨌든 통과가 됐고, 같이 결정한 것에 책임을 져야 한다. 하고 싶은 말이 없는 건 아니지만 노코멘트 하겠다”며 말을 아꼈다.

증축공사는 지난 4월 6일 시작돼 내년 2월말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교회가 내세운 두 가지 슬로건은 ‘문화재와 어우러져 평온한 휴식공간 창’, ‘복지관과 지역사회에 대하여 문화센터로서의 기능을 수행하는 창영교회’다.

 

문화재 현상변경 규정 완화 논란 확산될 듯,
사유재산 보호 위한 규제완화로만 접근하면 문화재 보전 위기 뻔해

문화재 주변에 건축물을 지을 경우, 문화재보호구역 경계로부터 도시지역은 반경 200m, 시외지역은 반경 500m가 보존지역으로 보호된다. 보존지역 내에 건설공사를 할 경우 시 문화재위원회 심의를 통과해야만 한다.

하지만 보존지역의 광범위한 설정과 장기간에 걸친 보상대책 미비 등으로 인한 사유 재산권 침해를 호소하는 민원이 늘어, 시는 지난 3월 26일, '시 지정문화재 현상변경 허용기준' 정비를 약속했다. 문화재 보존지역의 범위를 현실성 있게 조정하겠다는 것이다. 시는 문화재 보호구역을 규제 대상으로만 여기고 있다.

현재 시가 기준고시한 문화재 보존지역은 시지정 87곳과 국가지정 18곳 등 총 105곳이다. 시는 시지정문화재 보존지역으로 설정된 87곳에 대해 올해 안에 문화재위원회 등을 통해 기준을 완화할 수 있도록 추진할 방침이다. 문화, 역사적 가치의 향유보다 사유재산 보호가 우선이라는 걸 반증하는 셈이다.

인천개항장을 비롯해 인천시내 구도심 곳곳에 남아있는 근대문화재는 도시지역이 개발되면서 많이 사라졌다. 그나마 남아 있는 근대문화유산을 보전하기 위해 등록문화재 제도를 운영하고 있지만, 사유재산 침해 논란 속에 '문화재 현상변경 허용기준'이 또 다시 완화되면 문화재가 지닌 본래적 가치가 훼손될 것이 뻔하다.

문화재는 현 세대만 향유하는 것이 아니라 후손들에게 물려줘야 할 소중한 문화유산이라는 관점에서 보완대책이 절실하다.

 

▲ 신축할 비전센터에서 바라본 여선교사 합숙소 주변 공사 현장 모습 ⓒ 민운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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