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창신 신부 규탄 시위 '관제'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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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창신 신부 규탄 시위 '관제' 논란
  • 강창대 기자
  • 승인 2013.12.04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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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정권의 정당성 문제 제기에 물타기로 비춰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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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월 2일에 여평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 박창신 신부 발언 규탄 궐기대회'(사진: 옹진군)

지난 12월 2일에 연평도 주민 500여명은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 박창신 신부가 북한의 연평도 포격에 대해 발언한 것에 대해 연평종합운동장에서 규탄 궐기대회’를 가졌다. 또, 다음 날인 3일에는 옹진군 자유총연맹 등 16개 단체와 주민 등 300여명이 인천 답동 소공원에서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의 국론분열을 규탄하는 대회를 가진 다음, 동인천역까지 가두행진을 벌이기도 했다. 

그런데 2일에 연평종합운동장에서 열린 궐기대회가 면사무소에서 공공근로에 참여하는 주민을 동원한 것이라는 의혹이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 3일 인터넷 언론 오마이뉴스가 보도한 바에 따르면 연평종합운동장 궐기대회에 해안가 청소 등 일자리사업에 참여하던 주민 150여 명이 동원됐다는 주장이 있다. 이들은 오전 9시부터 해당 일자리 사업에 참여하고 있었고, 궐기대회가 시작된 것은 오전 10무렵이다. 이때 연평면사무소는 안내방송을 통해 “한 분도 빠짐없이 참석”해달라며 독려까지 했다는 것이다.

이것이 문제가 되는 것은, 공공근로에 대한 관리책임이 있는 연평면사무소가 공공근로에 참여하는 주민이 해당 근무와 무관한 일에 참석하는 것을 묵인했다는 점이다. 이들 주민에게는 정부예산으로 3만5,000원의 일당이 책정돼 있었다. 더구나 연평면사무소는 참석을 독려하는 방송까지 해 사실상 이날 궐기대회가 관제시위였다는 시비를 피할 수 없다.

또, 박창신 신부의 발언을 북한의 연평도 포격을 옹호하는 것으로 일방적으로 몰아가는 보수단체의 행동 역시 논란이다.  

11월 22일, 군산 수송동 성당에서 천주교 정의구현 전주교구 사제단은 시국미사를 열고 박근혜 대통령 사퇴를 촉구하는 시국미사를 열었다. 다음 날인 23일은 북한의 연평도 포격 3주기를 맞아 옹진군 주관으로 추모행사가 열렸다. 민감한 시점이기는 했지만, 시국미사의 강론을 ‘북한옹호 발언’이나 ‘종북주의’로 모는 것은 뻔한 ‘물 타기’로 비춰질 소지가 있다.

18대 대선 이후 국가기관의 불법 대선개입에 대한 사회적 성토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날 시국미사는 박근혜 대통령의 사퇴 촉구가 종교계에 확산되는 첫 번째 계기가 됐다. 그러나 보수단체가 주목한 부분은 박창신 신부의 강론에서 NLL과 연평도 포격 사건에 관해 언급한 부분 뿐이었다. 

강론의 전문을 살펴보면, 박창신 신부는 “지금 이 땅에는 법도 없고, 정의도 없고, 폭력적인 불통의 힘만 있다”라는 탄식으로 강론을 열고, 국정원 등 국가기관의 대선정치 개입에 의한 민주주의의 붕괴, 정당성을 잃은 권력에 대한 성토로 이어갔다. 또, 죄에 관심이 없는 신앙에 대한 반성과 함께 시대의 징표를 바로 볼 것을 촉구했다.

박 신부가 시대의 징표로 지적한 것은 첫째 ‘종북몰이’이였다. 즉, 우리 사회가 산업화하는 과정에서 잃어버린 권리를 되찾자는 목소리를 빨갱이, 좌빨로 몰고 있다고 지적하고, 서민을 보호해야 할 정부와 국회가 자본과 ‘짝꿍’이 돼 책임을 방기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박 신부는 또, 그렇기 때문에 정권교체가 필요하지만 부정선거로 이마저도 이루지 못했다면서 국가기관이 대선에 개입하도록 한 이명박 전 대통령을 구속 수사할 것과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을 촉구했다. 문제가 된 발언은 강론 말미에 등장했다. 

박 신부는 해당 발언에 앞서 ‘종북 몰이’를 비판하며 이것이 정권연장에 이용되고 있으며 또, 종북 몰이를 위해서 북한을 적으로 만드는 과정이 있을 수밖에 없음을 지적했다. 그리고 통일과 화해의 길로 가기 위해 북한을 적으로 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을 펴기도 했다. 결국, 이 말은 연평도 포격과 같은 비극을 막기 위해 평화와 화해의 길로 나아가야 한다는 의미로도 풀이될 수 있는 것이다.

한편, 옹진군 의회는 지난 11월 27일 박창신 원로사제 발언과 관련해 규탄 결의문’을 채택하고, 박 신부의 발언에 대해 천안함 피격사건과 연평도 포격 도발 등으로 인한 상처가 채 아물지도 않은 연평도 주민과 희생자, 유가족을 두 번 죽이는 ‘망언’이라고 성토한 바 있다. 또, 옹진군 의회는 결의문에 박창신 원로사제를 영구 제명하는 등 국민의 안보의지를 방해하는 세력제거에 특단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주장을 담기도 했다.

박 창신 원로사제의 강론을 ‘종북’으로 모는 것은 현 정권의 정당성에 대한 물음을 덮기 위한 또 다른 ‘종북 몰이’는 아닌지 사회적 성찰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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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월3일, 인천 답동 소공원에서 열린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의 국론분열 규탄대회' (사진: 옹진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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