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개구이 매니아들의 성지, 잇따른 감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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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개구이 매니아들의 성지, 잇따른 감탄사
  • 유영필
  • 승인 2024.05.21 18: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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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객 유영필 약사의 인천 맛집탐방]
(14) 만수동 '화가 조개구이'
인천 남동구 만수동에서 「성수약국」을 운영하는 유영필 약사의 맛집 탐방을 매월 연재합니다. 맛집 홍보가 아닌, 필자가 실제 오감으로 맛보고 현장에서 겪은 인상 깊었던 맛집을 인천지역을 중심으로 써나갑니다.

 

 

남동구 만수동에 있는 조금은 특별한 조개구이 집을 소개하고자 한다.

바닷가와는 거리가 꽤 있는 주택 밀집 지역에 있는 이곳은 지역 주민들 사이에서는 이름이 꽤 알려진 곳이다. 이곳은 다른 집과는 너무도 차이가 나는 클래스를 보여주는 곳이다.

일반적인 조개구이집처럼 커다란 접시에 조개를 하나 가득 올려놓고 직접 철판 위에 구워 먹는 집과는 차이가 있었다.

 

주방쪽 내부(좌), 메뉴(우)

 

화가 조개구이! 이곳은 조개구이를 좋아하는 매니아들 사이에서는 나름 소문이 난 집이다.

약 2년 전쯤 집사람과 아들하고 왔을 때는 조개찜을 먹었었다. 그 당시에도 우와! 이런 곳 이 다 있다니! 하면서 감탄사를 내뱉었는데 지금은 어떨까? 하면서 궁금하기도 했다.

이곳은 오후 6시에 오픈한다고 해서 예약을 하려 했으나 예약은 안 받는다고 해서 혹시나 하는 마음에 6시에 찾아갔더니 깜짝 놀랬다. 이미 손님들이 한자리 빼고는 꽉 차 있었다. 약속 시간 보다 30분 일찍 온 게 다행이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자리가 꽉 찬 모습을 보니 오해가 풀렸다. 무슨 예약을 안 받는 식당이 다 있나, 하면서 서운했던 감정이 그럴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인아저씨께 여기서 30분 정도 기다리겠다고 하니 흔쾌히 이해해주셨다.

이날도 조개찜을 주문하려 했으나 조개구이 밖에 안 된다고 하셔서 어쩔 수 없이 조개구이를 주문하고 친구들을 기다렸다. 조개를 사러 가셨는데 이 날따라 시장에 조개가 많지 않아서 제대로 구입을 못하셨다고 했다. 사실 필자는 직접 구워 먹는 게 귀찮아서 찜을 주문하는 거였는데 먹다 보니 알게 된 사실이었는데, 조개를 주인 아저씨가 구워주셔서 편하게 즐길 수 있었다.

 

시원한 홍합탕, 부드러운 소라, 추억의 고동, 밑반찬

 

드디어 친구들이 다 모였다.

잠시 후 고동, 홍합탕, 삶은 소라가 나왔다. 홍합탕의 시원한 국물을 맛본 후 고동을 쪽 빨아 먹으니 고동 특유의 짭쪼름한 맛이 느껴졌다. 이 맛을 보니 나의 어린 시절이 생각났다. 리어커에 삶은 고동을 싣고 오는 아저씨만 보이면 엄마한테 10원만 달라고 졸랐던 기억이 난다. 군것질이 궁했던 그 시절에는 고동이 왜 이리 맛있었던지.

특히 해산물을 좋아하셨던 셋째 외삼촌께서 즐겨 드셨던 모습이 눈에 선했다.

애들을 좋아하시는 삼촌께서는 항상 나에게는 맛있는 것이 있으면 챙겨주셨다. 멍게, 해삼, 소라, 갑오징어 등을 싣고 오는 리어커가 동네에 나타나면 거의 사주셨다. 특히 기억나는 것은 갑오징어를 먹을 때는 옷핀을 사용해서 갑오징어 한 조각을 초장에 찍어 초장만 빨아먹는 행동을 몇 번씩이나 했던 기억이 새롭다. 지금도 그 당시 먹었던 초장이 기억이 나는데 그때의 초장 맛은 어느 곳에서도 찾을 수 없었다. 어떤 이는 사카린으로 또 어떤 이는 사이다나 환타를 섞어서 만들었던 거라고 했는데 정확하진 않기에 지금도 궁금하고 그 맛이 그립기도 하다.

같이 나온 소라는 아마도 삐뚜리 소라인 듯했다. 그 살은 매우 부드럽고 고소했다.

잠시 후 옛날 도시락에 버터 새우구이가 나왔다. 인원수에 맞게 나왔는데 그 맛이 너무 기가 막혀서 따로 새우구이를 주문했다. 버터의 고소함과 새우의 달짝한 짭쪼름이 섞여 나의 입에서 으흠! 하는 감탄사가 나왔다.

 

전복 키조개(우), 버터 새우구이(좌)

 

곧이어 키조개와 전복 그리고 도시락에 모듬 조개가 한가득 나왔다. 그리고 은박지에 치즈, 옥수수, 날치알 등이 들어 있는데 마치 떠먹는 피자의 느낌이 났다. 도시락에 들어있는 바지락이나 모시조개가 다 익으면 은박지에 들어있는 소스에 넣어 같이 먹어주면 그 맛이 다른 곳에서는 맛보지 못한 특별한 맛의 신세계로 안내해주었다. 치즈의 고소함과 단짠의 맛을 느끼게 하는 소스에 익은 조개 특유의 향과 쫄깃함이 섞여 젓가락질을 멈추질 못하게 만들었다.

키조개는 모짜렐라 치즈와 고추가 어우러져 고소함과 약간의 매운맛이 섞여 묘한 맛을 느끼게 해주었다. 키조개의 쫄깃함이 치즈와 만나니까 부드러운 느낌의 단맛을 만들어 주었다.

필자는 사실 자연 그대로의 맛을 좋아하고 또 그래야 건강에도 도움이 될 거라는 막연한 생각에 양념에 대한 좋지않은 편견이 있었는데 최소한 이 집에서는 이제는 예외를 두어야될 듯 싶었다. 조개구이는 예외!!!

 

도시락 속 조개들(좌) 완성된 은박지 소스(우)
도시락 속 조개들(좌) 완성된 은박지 소스(우)

 

한참을 먹다 보니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주인 아저씨가 나오는 음식 하나하나 다 설명해주는 모습을 보면서 그것도 꽉 찬 테이블을 돌면서 설명해주는 모습을 보니 소문이 괜히 나는게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명불허전! 이 말이 생각났다. 바쁘신 모습과 열심히 구워주는 주인 아저씨를 보고 있으니까 고마움과 미안함이 생겼다. 약간의 기다림은 그 자체로 즐거움이 되어 돌아왔다.

 

가리비, 키조개(좌) 치즈 가리비(우)

 

잠시 후 고추, 버터, 고추장이 올려진 가리비가 나왔다. 이 또한 주인 아저씨께서 직접 구워주시며 드셔보라고 했다.

젓가락으로 집어 입으로 넣는 순간 “가리비가 이렇게도 변할 수 있는 거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10여 년 전 백령도에 갔을 때 사자바위 앞에 있던 포장마차에서 먹었던 가리비가 최고인 줄 알았던 필자는 새로운 가리비구이 맛에 흠뻑 빠졌다.

고소함과 부드러운 감칠맛이 한데 어우러진 맛은 경험해보지 못한 새로운 맛에 그저 아무 말 없이 감탄만 할 수밖에 없었다.

 

고추장 대합 1, 2
고추장 대합 1, 2

 

또 다른 조개구이인 대합이 나왔다. 고추장과 마늘을 넣고 불판에 올려져 끓고 있는 대합 한 조각을 입에 넣으니 아까의 가리비와는 다른 매콤달콤한 쫄깃함을 선사해주었다.

대합구이를 먹고 있으니까 20여 년 전 대부도 선감포구에 있던 광효네 조개구이집이 그리워졌다. 지금은 없어졌지만 그 당시에는 나이 지긋하신 부부께서 운영하신 조개구이 포장마차였는데 그곳에서의 추억이 너무도 많았기에 지금도 아쉬운 마음이 든다.

주인 부부의 후한 인심과 친절함 덕에 주말에는 특별한 일 없으면 가족끼리 또는 친구 부부들과 그곳을 찾아가고는 했다. 그곳에서 지금처럼 구워진 대합조개를 먹고 있노라면 내가 바닷가에 있음을 실감하곤 했던 기억이 있다.

곧이어 치즈가 올려진 가리비가 나왔다. 가리비 특유의 향이 치즈와 어우러져 짭쪼름 함이 고소함과 섞여 새로운 맛의 세계를 느끼게 해 주었다.

 

새우구이

 

잠시 후 앞서 주문한 새우구이가 나왔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버터가 발려진 새우구이는 그 맛에 다시 한번 감탄사가 나오게 되었다.

사실은 조개구이 대자를 주문하려 했으나 가리비 양이 많지 않아 중자 밖에 안된다는 주인 아저씨 말에 처음에는 약간 실망했으나 다 먹은 후에는 그 덕에 맛있는 새우구이를 더 먹게 되었다고 생각하니 기분이 급상승했다.

이 집은 다른 곳과는 확실히 차이 나는 곳이다.

주인아저씨가 테이블을 돌아다니며 직접 구워주시는 친절함에 그저 감사드리고 나오는 조개 하나하나가 조개의 특성에 맞는 양념이 나오는 것을 보며 새삼 이 집의 대단함을 느끼게 되었다.

좋은 분들과 시내에서 바닷가의 맛과 향을 느끼고 새로운 조개의 변신을 보고 싶다면 이곳 화가 조개구이를 적극 추천해 본다.

참고로 가시기 전에 자리가 있는지 전화로 확인하고 가시길 권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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